프오 스몬 투 감상


아려됴우 잡담

이글루스만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자학하고 싶어진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와 비슷하게 여기만 들어오면 누군가 비난하고 싶은 욕구도 커진다.
이것도 자기 공간이라고 가감없이 드러내고 싶어진다.
하루 내내 참아왔던 감정이 손가락을 타고 화면에 입력되는 걸 지켜본다.
산속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심정이 이와 비슷할까.

쓰면서 이미 풀리는 지라 공개 여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쓰면서도 안 풀리면 '대놓고 욕하고 싶어' 하며 벌컥 공개 버튼을 누른다.(나는 보통 자고 일어나 '창피하군' 하며 비공개로 바꾸는 편이다.)
한 명이 보든 백 명이 보든 아무도 안 보든 누가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공개해서 왠지 모르게 더 채워지는 속시원함이 있다.
마음 맞는 친구 앞에서 (그가 반응을 하든 말든) 속안이 텅 빈 상태가 될 때까지 내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밖으로 배출함으로서 가벼워진다.
 
아아, 미치겠다.
정말 비난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비난하다,를 속된 말로 깐다, 라고 표현한다.
미스터 핸섬가이의 예제 따라하기 1)
그만 좀 까라 = geuman jom kkala. (정확한 발음은 구글 번역기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그래서 난 비난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 채 차분히 달걀 껍질을 까고 있다.
몇 주전 기차에서 감동란을 먹은 적이 있다.
기차 출발 시간에 쫓겨 들어간 편의점에서 집히는대로 든 게 감동란이었다.
살려고 산 게 아니라 기대하는 마음이 없었다.
대충 때우자, 라는 생각으로 껍질을 깐 감동란을 입에 넣는 순간.
두둥, 입안에서 펼쳐치는 감동의 향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말 그대로 감 to the 동.

감동란에 깊은 감명을 받아 엊그제는 집에서 감동란을 만들어봤다.
사먹으면 되는데 귀찮게 왜 만드냐고 묻는 분께 말하고 싶다.
가격이 좀 세다. 2개에 1,600원이다. ㅠ ㅜ
블로그 검색을 하면 친절히 사진까지 첨부해 '감동란 만들기'를 설명해주는 분이 많다.
8분 정도 달걀을 삶은 후 24시간을 넘게 소금물에 담가놨다.
짠 걸 좋아해 일부러 오래 담가둔 건 아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선 집에 못들어가서 그랬다.
블로그님들은 보통 다섯 시간을 추천했다.
삼투압으로 인해 껍질 안으로 소금간이 배인다고 했다.
기차 안에서 감동란을 먹으며 어떻게 껍질 안으로 소금간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었다.
달걀 껍질 안으로 주사바늘을 찌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껍질을 다 깠다.
블로그 레시피를 따라 만든 감동란을 먹어본다.
실패다.
짜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간이 하나도 안 배였다.
소금 대신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찍어먹어야겠다.
반숙에도 실패했다.
2/3숙이다.
노른자가 퍽퍽하다.
물 대신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함께 마셔야겠다.

미스터 핸섬가이의 오늘의 교훈 1)
8분을 삶았는데 감동란 퀄리티의 반숙이 나오지 않았다.
다음에는 6분이나 7분 정도만 삶아야겠다.
소금간이 제대도 배이지 않았다.
소금물을 만들 때 소금을 두 스푼 더 넣어봐야겠다.

헛소리하고 나니까 비난하고 싶은 충동이 사라졌다.
삶아 놓은 달걀 6개를 모두 먹고서 다시 감동란 만들기에 도전해야겠다.
까고 싶을 땐 역시 달걀 껍질이 좋지 않나 싶다.
마늘이나 양파를 까는 건 너무 노동이다.

푸푸펴표 감상



디자인 하기 싫어 고통이라 아무래도 이쪽은 내 길이 아닌가보다 생각하며 '이것만 하고 그만두자'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차츰 완화되고 있다.
디자인이 고통이 아니라 돈 받고 하는 일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고통이구나.
머리 쓰는 일 하기 싫어서 큰일이다.
돈 안 벌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 우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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